사람의 발길이 닳지 않는 깊은 산속에 돼지들만 사는 마을이 있었습니다. 돼지들은 산속에 흩어진 풀뿌리와 열매 등을 먹으며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나 딱 한 마리 욕심 많은 돼랑이는 항상 먹이 때문에 불만입니다. 한적한 오후, 낮잠을 자고 난 돼랑이가 입맛을 다시며 일어납니다.
"아- 배고파 !"
돼랑이가 큰 하품과 함께 기지개를 켭니다. 먼저 일어나 털을 다듬고 있던 돼순이가 돼랑이를 한심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그럼 사냥 나가면 되지. 찾아보면 지천에 널린 게 우리 먹이인데."
"칫! 그건 알지만, 만날 먹이를 찾아서 먹어야 하고. 누가 매끼마다 좀 주면 얼마나 좋을까?" 돼랑이가 족발에 낀 먼지를 털며 한숨을 짓습니다.
"그거야 사람들한테나 가능하지. 나도 우리 할아버지한테 들었는데 사람들은 매끼마다 사냥하지 않고 먹이를 저장해 놨다가 먹는데."
"정말? 사람들은 정말 좋겠다. 매일 편하게 밥 먹을 수도 있고. 사람이랑 같이 살고 싶다. 그럼 때마다 실컷 먹을텐데."
돼랑이가 긴 한숨을 쉬며 쏙 들어간 배를 만집니다
"쓸데없는 소리. 빨랑 사냥하러 가자. 뭘 좀 먹어야지. 나도 배고프다."
돼순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앞장섭니다. 돼랑이가 마지못해 억지로 일어나 쫒아 갑니다. 돼지들은 숲속 이곳저곳을 훑으며 먹을 것을 찾았습니다. 돼랑이와 돼순이 입가가 흙으로 지저분 합니다. 한참 땅을 뒤지던 돼랑이가 바닥에 침을 뱉더니 또 한숨을 쉽니다.
"아 진짜 맛없다. 맨날 풀뿌리야. 아- 지긋지긋해! 뭐 좀 맛있는 거 없나?"
"우리가 무슨 맛있고 없고는 따지냐? 아무거나 먹고 배만 채우면 되지. 이리와 봐! 여기 뿌리 많은데." 돼순이가 땅을 파다가 돼랑이를 부릅니다.
"너나 많이 먹어! 이 돼지야!"
돼랑이가 화를 내며 산을 내려옵니다. 돼순이가 풀뿌리를 입에 문채 걱정스런 눈으로 산을 내려가는 돼랑이를 봅니다.
"아유! 진짜! 이건 정말 사는 게 아냐 버티는 거지. 무슨 수를 써야지 원. 한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어. 아! 진짜 배고프다. 고기도 먹고 싶고…."
돼랑이가 투덜거리며 산을 내려오는데 어디선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돼랑이는 순간 늑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바짝 긴장하며 귀를 쫑긋 세우고 경계를 늦추지 않습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정적이 흘렀습니다. 돼랑이의 이마에 식은 땀이 흘러 내립니다. 돼순이랑 같이 있을 걸 후회가 밀려 왔습니다. 그때 수풀에서 들쥐 한 마리가 튀어나왔습니다.
안도의 한 숨과 함께 다리에 힘이 풀립니다.
"휴! 십년 감수했네. 저 녀석을 그냥! 너 오늘 잘 걸렸다. 안 그래도 고기 먹고 싶었는데."
화가 난 돼랑이가 들쥐를 쫒기 시작합니다. 놀란 들쥐가 필사적으로 도망을 갑니다. 돼랑이의 머릿속에는 오직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습니다.
들쥐를 쫒아 얼마나 달려왔을까? 어느 순간 들쥐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 정말 어디 간 거야? 이 쥐새끼 같은 놈!"
주변을 아무리 뒤저봐도 돼랑이는 들쥐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안 그래도 배고픈데. 괜히 힘만 뺐잖아. 제기랄."
돼랑이가 자리에 앉아 가쁜 숨을 내 쉽니다. 그런데 주위 환경들이 모두 낯섭니다.
"그런데 여기는 어디지?"
순간 빨리 마을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돼랑이는 반사적으로 일어나 왔던 길을 기억하며 되돌아 갔지만 걸어갈수록 자꾸만 낯선 곳만 나왔습니다. 그렇게 하루 온종일 걷다보니 길을 잃었다는 공포감과 함께 허기가 몰려왔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옵니다. 돼랑이는 냄새가 나는 곳으로 허겁지겁 뛰어갔습니다. 그곳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는 생명체가 보였습니다. 돼랑이는 직감적으로 그 생명체가 사람이란 걸 알았습니다.
돼랑이는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좌고우면 없이 바로 사람들 속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갑작스런 돼지의 출현에 사람들이 혼비백산 도망을 갑니다. 돼랑이는 생전 처음 맛보는 음식에 행복을 느꼈습니다. 사람들은 돼지가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을 숲속에 숨어 지켜봤습니다.
돼랑이는 사람들이 먹고 있던 음식을 다 먹은 뒤에도 배가 고파 주변을 두리번 거렸습니다. 그때 숲속에 있던 한사람이 고구마 하나를 던졌습니다. 돼랑이는 고구마를 날름 주워 먹었습니다. 사람들이 사과를 던지자 또 냉큼 받아먹습니다. 돼랑이는 자신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이 좋아졌습니다. 순간 돼랑이는 언젠가 사람들은 매끼마다 사냥하지 않고 음식을 먹는다는 돼순이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순간 사람들과 함께 살면 먹이를 찾을 필요없이 편하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돼랑이가 사람들 곁을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앉습니다. 사람들이 먹이를 던지며 천천히 돼랑이 옆으로 다가옵니다. 돼랑이는 먹이를 더 달라고 애처러운 눈으로 사람들을 바라봤습니다.
"너! 우리랑 같이 살래? 그럼 먹는 건 우리가 챙겨줄게."
무리들 중 가장 나이 들어 보이는 남자가 돼랑이게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돼랑이는 이들과 함께 살면 평생 먹이를 찾아 다닐 필요도 없이 맛있는 먹이를 먹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고개를 끄떡끄떡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날 이후 돼랑이를 이끌고 마을로 와 키웠습니다. 하루하루 늘어지게 잠자고 나면 언제나 먹을 것을 주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이 꿈만 같았습니다. 집도 마련해 주고 사냥 갈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흐르자 돼랑이의 몸은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습니다. 힘들어 누워있는 돼랑이에게 사람들은 친절하게 입에 먹이를 넣어 주었습니다. 돼랑이는 사람들의 호의에 행복 했습니다. 그리고 급기야 일어설 힘마저 없이 간신히 숨만 헐떡거렸습니다. 사람들이 웃으며 돼랑이 옆에 다가옵니다.
"엄청 먹더니만, 고놈 참 토실토실하게 살 잘 쪘네. 이 정도면 마을 잔치해도 되겠다. 굴러 온 복덩이야. 허허허!"
돼랑이는 사람들의 소리를 듣고도 꼼짝할 수 없었습니다. 며칠 후 사람들은 살이 포동포동 찐 돼랑이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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